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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맛집 ‘평진냉면’ 후기
강릉에 어머니가 놀러오셨다. 나름 강릉살이 3년차로서 고심하여 맛있을 곳 + 나도 먹어보고 싶었던 곳들 위주로 엑기스만 딱 추려서 모시고 갔는데 3일 동안 모시고 먹은 모든 음식들이 매우매우 성공적이었다. 그 중 하나이자 강릉에 도착하시자마자 저녁 먹기 위해 모시고 간 곳 <평진냉면>
전에 걷다가 문이 닫힌 가게의 외관을 보다보니 가게 유리창문 한쪽에 그렇게 대단한 맛집은 아니고 입소문이 난 것 뿐이라는 사장님이 써놓으신 문구가 있길래 인기가 많은 곳인가보다 싶었고, 평을 찾아보니 평이 좋았고, 무엇보다 아직까지 평양냉면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기에 마음 속으로 찜해두고 벼르고 있었던 집이라 모시고 가게 되었다.
5시에 일찍 마감하는 곳으로 3시 반즈음에 퇴근하면서 전화로 4시 즈음 방문해도 식사 가능한지 문의하니 친절하게 오면 된다고 말하셨다. 4시 10분 즈음 도착했는데 어머니랑 나 외에는 아무도 없어 조용하고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주차 자리는 가게 옆으로 1대 댈 수 있고, 가게 앞 도로변에도 주차가 가능했다.
🎀방문(25.5.30.)
물냉면 : 18,000원 * 2그릇 = 36,000원
서울 등지의 일반적인 평냉도 가격대가 센 편이긴 하지만 그보다도 더 센 가격이었다.
그러나 만두와 수육이 함께 나오는 세트메뉴 같은 구성이기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는 그다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다.
🎀맛
평양냉면을 처음 먹는 사람들은 슴슴해서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고 하다가 점차 그 매력에 빠지는 것처럼 매체에 많이 소개가 되어 늘 어떤 맛일까 상상이 가면서도 궁금했다.
내 첫 평양냉면이기에 평양냉면의 본연의 맛을 얼마나 잘 구현했는지 비교하거나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나는 정말이지 맛있게 먹었다. 보통 맛있는 바깥 음식들은 감칠맛이 폭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평냉이기에 감칠맛이 폭발하는 맛은 아니었으나 그 슴슴하고 깊은 맛이 참 매력있었다.
일단 모든 음식이 참으로 정갈하게 나온다. 맛도, 차림새도 모두 귀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마치 임금님 수라상을 받은 기분이랄까.
우선 2가지 반찬과 소스, 그리고 수육이 먼저 나왔다.
반찬은 하얀 무채와 무말랭이가 함께 곁들여진 빨간 식해 같은 게 나왔다. 반찬은 모두 너무 맛있었다.. 근데 익히 먹던 양념맛과는 다른 맛이 느껴져 신기하면서도 오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무채가 특히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감이 잘 안잡혔지만 생강맛이 나는 것이 입안을 정리해주어 참 좋았다. 식해와 무말랭이는 아는 맛이지만 맵거나 짜지 않고 적당히 새콤달콤한게 역시 너무 맛났다.
만두를 찍어먹으라고 나온 소스도 대체 무슨 재료가 배합된 무슨 소스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넘나 맛있어서 나중엔 하얀 무채를 이 소스에 적셔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롱사태가 함께 나오는데 서비스로 조금 주는 느낌의 양이 아니라서 서비스라기보다는 세트메뉴라고 봐야 할 듯 싶다. 고기는 부드럽고 맛있었고, 자작하게 곁들여진 국물은 역시 삼삼한데 맛있었다. 아주 진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감칠맛 나는 국물 맛이었다. 파채와 사태, 그리고 국물을 곁들여 먹으니 참 기분 좋아지는 맛이었다.
후에 만두가 냉면보다 먼저 나왔는데, 와 만두 뭐지. 개맛있다. 왜 만두를 따로 안파실까. 파셨으면 만두 한 판 더 추가해 먹었을 것 같은 개맛있는 맛. 일단 피가 부드럽고 쫀득까지는 아닌데 찰기가 잘 느껴졌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만두피부터 감동이었다. 만두소는 김치 만두였는데 간이나 매콤함이 생각보다 센 편이었는데 모르겠고 그냥 맛있다. 만두 소스는 따로 필요 없는 느낌이라 만두소스를 정작 만두에 안찍어먹고 무채를 찍어먹었다. 여기 사장님이 만들어주시는 고기만두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듦.
평양냉면은 시원하고 슴슴한데 고기 육수맛이 은은한 감칠맛이 느껴져서 첫 평냉이었지만 너무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 삼삼하니 계속 들어갔다. 반 이상 먹은 후에 식초와 겨자와 감미식초를 넣어먹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아무 것도 안넣은 맛이 더 좋았다.
🎀총평
여자, 남자 사장님이 계시고 남자 사장님이 요리를 하시는 것 같은데 두 분 모두 친절하셨다.
무엇보다 맛이 참 좋았다. 정갈하고 깔끔한 모든 음식 속에서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철학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었다.
덕분에 엄마와 함께 하는 첫 시작이 기분 좋게 시작될 수 있었다.
어머니도 당연히 너무 마음에 들어하셨고, 국물은 많이 안 먹는 편인 나와 달리 어머니는 국물도 반 이상 드셨다.
편안한 식사 공간과 시간이자 귀하게 대접받는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식당이기에 부모님이나 어르신들 모시고 가면 참 좋을 만한 곳이다.
아, 그리고 계산 후 나오는 길에 메밀과자를 판매해서 먹어보았는데 약간 두부과자랑 비슷한 듯 이 역시 넘나리 맛있게 먹었다. 순-삭.